반도체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는데, 왜 주가는 떨어질까?

삼성이 실적 발표를 했다. 엔비디아를 넘어서는 역대급 수치다. 그러나 주가는 대폭락했다. 기업은 돈을 버는데, 주가는 하락하는 이른바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 이다. 그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원인1.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반대매매가 만든 수급의 악순환

한국 주식 시장의 독특한 구조와 투자 상품이 주가 폭락을 심각하게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 시장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딱 한 종목만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엄청난 돈이 몰렸다. 이 상품의 자금 규모는 실제 반도체 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보다 몇 배나 더 클 정도로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상태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그 하락 폭을 두 배 이상으로 증폭하여 손실을 낸다. 주가가 미세하게 하락하면 ETF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손실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반도체 주식을 대량 매도해야 한다. 대장주인 반도체가 무너지면 이 ETF가 꼬리를 흔들어 몸통을 흔들 듯 전체 시장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린다.

다음으로는 반대매매다. 주가가 급락하면 빚을 내어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증권사는 담보 금액을 채우기 위해 주식을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자동 강제 매도한다. 이것이 반대매매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쏟아지는 매도 폭탄으로부터 시작하는 악순환이 주가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원인2. AI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우려와 반도체 정점론

아무리 현재 성적이 좋아도 미래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반도체는 불황/호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이번에 기록한 역대급 실적이 오히려 성장의 최정점이며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아웃’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기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너무 높아지자 시장은 오히려 “앞으로 이보다 더 잘 벌기는 불가능하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다음 시험에서 100점 만점보다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격이다.

메타, 아마존, 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진다. 아마존이 투자를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한 것을 두고 시장은 돈이 마르고 있다는 신호로 나쁘게 해석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속도를 조절하는 순간 반도체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공포가 주가를 억누른다.

원인3. 선반영된 호재에 따른 외국인의 기계적 차익 실현과 이동

주식 시장은 현재의 성적표가 아니라 미래의 기대를 먹고 움직인다. 이번에 발표된 사상 최대 실적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투자자들의 예측에 포함되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즉, 알려진 호재는 더 이상 가격을 올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진짜 성적표가 공개되는 순간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호재의 소멸로 인식한다. 이들은 ‘뉴스에 주식을 팔아라’라는 격언에 따라 실적 발표일을 완벽한 이익 확정 및 차익 실현의 기회로 삼아 보유 주식을 매도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계적인 자산 재조정인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반도체 주가가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비중을 줄이기 위해 기계적으로 반도체를 팔고, 상대적으로 덜 올랐거나 조정을 받은 미국 빅테크 기업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주가를 하락시킨다.

결론. 여전히 이상하다.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역대급으로 튼튼하다. 현재의 디커플링은 기형적인 투자 상품의 수급 꼬임과 심리적인 미래 공포가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 투표 계산기처럼 사람들의 인기와 심리에 따라 요동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의 무게를 그대로 반영하는 저울과 같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제 이익 체력과 펀더멘탈은 역사상 가장 튼튼하며 꺾이지 않았다.

인공지능 패권 경쟁은 국가와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빅테크들의 투자는 쉽게 멈출 수 없다. 단기적인 주가 폭락과 언론의 공포 조장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업황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수급 문제로 주가가 역사적 저점까지 떨어진 시기는 중장기 관점에서 우량주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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