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 제정, 독인가? 약인가? (3가지 쟁점)

국회에서 일반 집단소송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배임죄 폐지 및 완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부상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약 30년 동안 이어진 해묵은 사법 과제인 만큼, 법안 통과 시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은 상당하다. 그 핵심 쟁점과 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집단소송법, 연도별 집단소송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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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1) 옵트아웃(Opt-Out)으로 인한 천문학적 배상 리스크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자동으로 소송 집단에 포함되는 ‘옵트아웃’ 방식이 핵심 대립 지점이다. 찬성 측은 정보와 법적 대응력이 부족한 소수 약자 및 대다수 소비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단 한 건의 위법 행위로도 수십, 수백만 명이 동시에 소송에 참여하는 효과를 낳는다.

반면 재계는 소송 규모가 기형적으로 비대해져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배상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우려한다. 악의적 의도를 가진 기획 소송이나 무분별한 ‘묻지마 소송(남소)’이 남발될 경우, 기업은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법적 다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억울하게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쟁점2) 집단소송법 내 증거개시제도, 양날의 검

소송 허가 전이라도 피해자가 요구하면 기업이 보유한 내부 자료를 강제로 제출해야 하는 ‘증거개시제도(Discovery)’의 도입 여부다. 대기업을 상대로 소비자가 위법 행위를 직접 입증하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어 소비자 보호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마주하게 된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핵심 기술이나 내부 영업비밀이 소송 과정을 통해 외부로 고스란히 유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가적 기술 자산이 경쟁국이나 라이벌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치명적인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공포가 지배적이다.

(쟁점3) 소급효 논란과 중소기업의 도산 공포

마지막으로 소급문제다. 법안 제정 이전에 발생한 과거의 소비자 피해나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새로운 집단소송법을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절차법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일부 법학계의 시각과, 기업에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과거 리스크를 투하시키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재계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러한 리스크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생존이 걸린 치명타로 작용한다. 법적 대응 시스템과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과거의 사소한 과실 하나가 집단소송로 번지는 순간 단 한 번의 패소로도 즉각적인 도산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신산업 투자나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결론) 본질은 기업 체질 개선의 기회다.

집단소송법 제정을 둘러싼 공포는 자본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사법 리스크 증폭과 제도적 혼란으로 기업 활동이 불안정해지는 듯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옥석을 가릴 기회다. 철저한 내부 통제와 투명한 ESG 경영을 실천해 온 우량 기업들에게는 불공정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기업의 본질적 신뢰와 준법 경영의 진정성을 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찬스다.

장기적으로 소송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만 균형 있게 마련된다면, 자본시장의 체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다.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기보다, 강화된 법적 기준에 맞춰 선제적으로 준법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이성적인 경영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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